‘조용한 바람의 나라’ 부탄불교순례

관리자
2020-08-11
조회수 381

글쓴이 :  Bhutan  

작성일 : 2017-03-24 오후 12:44:06


~ 스님들 신심 북돋운 ‘조용한 바람의 나라’ 현장 ~

- 조계종 교육원 부탄불교순례 -


- 부탄을 대표하는 성소인 탁상곰파에 오른 순례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종단 스님들이 히말라야의 소국(小國) 부탄(Bhutan)을 순례하며 깊은 감회에 젖었다. 조계종 교육원(원장 현응스님)은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설정스님과 함께 하는 부탄 태국불교 성지순례’를 지난 3월17일부터 24일까지 진행했다. 대부분의 일정은 주로 부탄에서 이뤄졌다. 순례에 참가한 42명의 스님들은 이른바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의 불교유적을 살펴보며 몸과 마음을 맑혔다. 전통을 고수하는 생활양식과 국민들의 소박한 웃음이 유난히 인상적이었다는 소감이다.



- 부탄에 불교를 전파한 파드마삼바바가 수행한 바위절벽에 지은 탁상곰파.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순례단은 밤늦게 태국의 수도 방콕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다. 이튿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아유타야 유적지를 돌아봤다. 셋째 날부터 본격적인 부탄에서의 여정이 시작됐다. 부탄의 유일한 국제공항인 파로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느낌이 유달랐다. 이미 한여름이었던 태국과는 달리 춥다 싶을 만큼 서늘한 가을 날씨. 건물을 6층 이상 짓지 못하며 전통양식을 고수하는 터라 외관은 대동소이하다. 거리에는 신호등이 없다. 경찰의 수신호로만 차량이 운행한다. 황량하지만 더럽지 않았으며 가난한데도 친절했다. 사람이 코앞까지 발을 내밀며 걸어가는데 개는 기척도 하지 않았다. 개가 아프면 정부가 병원으로 데려가서 치료해주는 나라다.



- 파로종에서 한국불교의 정통수행법 간화선을 시연하고 있는 순례단.



부탄의 불교는 8세기 티베트에서 건너와 법을 전한 전설적 선지식 ‘파드마삼바바’에서 유래한다. 티베트의 밀교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부탄에 유난히 많은 건물이 바로 종(Dzong)이다. 관청과 사찰의 기능이 혼합된 곳이다. 불교를 국교로 하며 제정일치를 유지하는 부탄의 체제적 특성을 잘 보여준다. 왕정(王政)이지만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 국왕은 반드시 법왕(法王)의 조언을 구한 뒤에 집행하는 것이 관례다.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절에 가고 모든 아이의 이름은 스님이 지어준다. 이 땅에서 불교는 곧 국가다.



- 푸나카종 외곽을 걷고 있는 순례단.



‘조용한 바람의 나라.’ 우리나라 국토의 40%에 못 미치는 면적과 70만의 인구 그리고 거개가 해발 2000미터 이상의 산악지형인 ‘후진국’이 안겨다준 첫인상이다. 이방인이 이 나라에 체류하려면 무조건 하루에 평균 25만원을 정부에 내야 한다. 다소 강퍅해 보이지만 지고의 순수를 지키기 위한 작은 ‘텃세’라는 생각. 개발되지 않은 땅이었기에 사람들의 마음도 파헤쳐지지 않은 듯했다. 때 묻지 않은 선량함이 눈에 보였다. ‘세계 최저 국민소득’이란 오명은 어쩌면 욕심 많고 배부른 자들의 모욕이거나 착시이겠다. 누가 뭐라던 이들은 잘 먹고 잘 산다.



- 체리곰파를 오르고 있는 설정스님(앞쪽)과 순례단 스님들.



순례단은 부탄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이라는 푸나카종, 티베트와의 전쟁에 대비한 요새 형태의 심토카종을 비롯해 200여 명의 동자승이 공부하는 데첸 푸드랑 승가학교, 승가대학인 장강카 라캉 등을 연이어 견학했다. 치미라캉은 ‘미친 성자’ 드룩파 쿤리를 기리는 사원이다. 산중턱에 위치한 체리(Cheri) 곰파는 큰스님들을 양성하는 성소다. 곰파(Gompa)의 본래 의미는 고독한 은둔자로 체리곰파에서는 무문관 정진을 한다.



- 테첸 푸드랑 승가학교의 동자승들과 만난 설정스님.



탁상(Takshang)곰파가 가장 곰파다운 곰파다. 부탄을 대표하는 풍경이기도 하다. 암호랑이를 타고 티베트에서 건너온 파드마삼바바가 착륙한 바위절벽 위에 지었다. 산길을 3시간쯤 걸어야 닿을 수 있는 성역이다. 그래도 최고의 발견은 자기 자신이었다. “8년 동안 혼자 토굴에서 생활했다. 대중 스님들의 눈물겨운 수행과 포교담을 들으니 그 동안 정말 나태하게 살았구나 뉘우쳤다. 스님들이 불전함마다 돈을 넣는데 그게 참 낯설고 부끄러웠다. 얻어먹는 데에 너무 익숙했다.”



- 파드마삼바바 벽화 앞에 선 순례단.



스님들의 여법한 위의(威儀)만으로도 장관이었다. 사원을 참배할 때마다 예불을 올렸고 설정스님은 법문을 했다. 정연했고 묵직했다. 이국의 법당에서 간화선을 시연하는 한국 스님들의 모습을 외국인들은 경외심 어린 시선으로 유심히 바라봤다. 한국불교 홍보대사가 따로 없었다. 교육원이 승려연수교육의 일환으로 해외성지순례를 전개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시아의 불교국뿐만 아니라 이제는 유럽까지 선택지를 넓혀 놓았다. 실무를 주관한 교육국장 진광스님은 “세계불교의 현황과 이에 대한 안목을 높일 수 있도록 더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 탁상곰파 앞에 내걸린 타르초.



부탄은 어디나 조용했다. 바람이 많이 불었다. 오랜만에 가슴이 탁 트였다. 종과 곰파뿐만 아니라 민가와 산등성이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게 타르초(Tarcho)다. 경전 글귀를 적은 오방색 헝겊이 일렬로 걸려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바람에 실려 우주법계에 퍼지길 바라는 원력의 산물이다. 그 바람에 힘입어 다들 평화롭고 또한 향기롭다.



- 예불을 올리고 있는 순례단 스님들.



- 108탑에서 바라본 히말라야.



“수행과 전법 의지 다잡는 계기로 삼길”

- 인터뷰/순례단장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설정스님



- 간화선 시연을 마친 후 법문을 하고 있는 설정스님.



설정스님은 순례기간 내내 법보시와 화안애로 시종일관 인자한 어른의 풍모를 보여줬다. 동네 아이들에게 과자를 한아름 안겨주고 어린 스님들만 보면 나와 같이 한국에 가자며 농담을 던지며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천진불의 면모는 경허․ 만공스님의 가풍을 이은 종장(宗匠)다웠다.


스님에게도 부탄은 첫 방문이었다. 감회는 여느 스님들과 다르지 않았다. “개발이 더딘 덕분인지 사람들의 심성이 청정해 기특했다”면서도 “물질만능주의가 결국엔 유입돼 이들도 탐욕과 분노에 물들까 걱정”이다. 아무쪼록 “정부가 적절하고 균형적인 정책을 펴서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유지하는 동시에 자본주의의 폐해를 최소화하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늘 구수하고 너그러웠으나 순례에 참여한 후학 스님들에게 던지는 당부는 뼈대가 굵었다. 감동적이었고 좌중은 숙연해졌다. “이번 순례가 단순히 관광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견문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길 바랍니다. 불교가 21세기의 유일한 대안이라지만 한국불교의 스님들이 과연 그 위상과 기대에 걸맞은지는 자문해보아야 합니다. 수행자가 아니라 그저 생활인으로 살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누구 못지않게 눈앞의 이익에 한없이 작아지진 않는지. 재가자든 출가자든 기본은 하심(下心)입니다. 거창한 무언가를 논하기 전에 남에게 절대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참된 불자의 삶입니다.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은 수많은 생명들의 피땀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내가 잘나서 당연히 얻는 권리가 아닙니다.” - 부탄=장영섭 기자 - 불교신문 - ibulgyo.com -



~ ♪ 꽃을 바치나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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