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사상硏 국제학술발표회
‘신라 불교학’ 열띤 설전
◇9월 22일 열린 보조사상연구원 국제학술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의상계 화엄사상의 특징에 대해 논쟁하고 있다.
“구전성과 비의성(秘義性)을 특징으로 하는 의상계 화엄학파는 폐쇄적이고 이론적으로 자기 완결을 추구하는 집단이었다.”(사토 아츠시·동양대학 강사)
“비의성이 다른 교학과 집단에 대해 ‘닫힌 사상’을 뜻하는 것이라면 화엄사상의 본질에서 벗어난 오류를 범한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해주 스님·교수)
지난 9월 22일 보조사상연구원 국제 학술 발표회에서는 신라 불교학의 성격을 놓고 참석자들 사이에 설전(舌戰)이 오갔다. 이 날의 주제는 ‘신라 유식학과 화엄학의 재검토’. 일본 동양대학 동양학연구소에서 신라·고려 화엄사상을 연구하고 있는 소장학자가 나서 신라 불교학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사토 아츠시 씨는 ‘실천적 화엄사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의상계 화엄학파의 성격을 한 마디로 ‘구의성과 비전성’으로 규정짓고, 무주(無住)를 사상적 기반으로 하는 ‘오척성불론’을 그 사상적 특징으로 제시해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오척성불 사상’은 오척의 자기 신체가 곧 진리와 일체라는 의상학파의 사상을 다른 화엄학파와 구별하기 위해 발표자가 붙인 용어.
사토 씨는 “<화엄경>과 <기신론> 양자를 다 같이 중시했던 당시 풍조와는 달리 의상계 화엄학파는 오로지 <화엄경>이나 화엄교학만을 심화시킨 학파”라며 “<화엄경>만을 특화한 배타성 때문에 한국 내에서조차 고려 의천에 의해 비판받게 되었으며 중국화엄이나 일본화엄과 달리 다른 집단이나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토론에 나선 해주 스님은 “의상 중심이라면 몰라도 <화엄경> 중심의 교학이 어째서 전파될 리가 없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 부분에 대해 좀더 고찰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주장대로라면 의상학파가 중시한 것은 법이라는 말이 되는데, 법보다 법성을 중요시했고, 오척이 아니라 오척법성에 주목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오척법성 성불사상이라는 용어가 더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권형진 기자 jinny@buddhapia.com
보조사상硏 국제학술발표회
‘신라 불교학’ 열띤 설전
◇9월 22일 열린 보조사상연구원 국제학술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의상계 화엄사상의 특징에 대해 논쟁하고 있다.
“구전성과 비의성(秘義性)을 특징으로 하는 의상계 화엄학파는 폐쇄적이고 이론적으로 자기 완결을 추구하는 집단이었다.”(사토 아츠시·동양대학 강사)
“비의성이 다른 교학과 집단에 대해 ‘닫힌 사상’을 뜻하는 것이라면 화엄사상의 본질에서 벗어난 오류를 범한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해주 스님·교수)
지난 9월 22일 보조사상연구원 국제 학술 발표회에서는 신라 불교학의 성격을 놓고 참석자들 사이에 설전(舌戰)이 오갔다. 이 날의 주제는 ‘신라 유식학과 화엄학의 재검토’. 일본 동양대학 동양학연구소에서 신라·고려 화엄사상을 연구하고 있는 소장학자가 나서 신라 불교학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사토 아츠시 씨는 ‘실천적 화엄사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의상계 화엄학파의 성격을 한 마디로 ‘구의성과 비전성’으로 규정짓고, 무주(無住)를 사상적 기반으로 하는 ‘오척성불론’을 그 사상적 특징으로 제시해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오척성불 사상’은 오척의 자기 신체가 곧 진리와 일체라는 의상학파의 사상을 다른 화엄학파와 구별하기 위해 발표자가 붙인 용어.
사토 씨는 “<화엄경>과 <기신론> 양자를 다 같이 중시했던 당시 풍조와는 달리 의상계 화엄학파는 오로지 <화엄경>이나 화엄교학만을 심화시킨 학파”라며 “<화엄경>만을 특화한 배타성 때문에 한국 내에서조차 고려 의천에 의해 비판받게 되었으며 중국화엄이나 일본화엄과 달리 다른 집단이나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토론에 나선 해주 스님은 “의상 중심이라면 몰라도 <화엄경> 중심의 교학이 어째서 전파될 리가 없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 부분에 대해 좀더 고찰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주장대로라면 의상학파가 중시한 것은 법이라는 말이 되는데, 법보다 법성을 중요시했고, 오척이 아니라 오척법성에 주목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오척법성 성불사상이라는 용어가 더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권형진 기자 jinny@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