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불교신문
작성일 : 2010-06-13 오후 3:08:43
“돈오는 아기의 탄생, 점수란 성장·개발과정”
보조국사 지눌의 생애와 사상

강건기 지음/ 불일출판사
“점수(漸修)란, 비록 본래의 성품이 부처와 다름이 없음을 깨달았으나 오랫동안 익혀온 습기(習氣)를 갑자기 없애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깨달음에 의지하여 닦아 점차로 익히어 공이 이루어지고 오래오래 성인의 태를 길러서 성인이 되기 때문에 점수라고 한다.”
돈오점수를 지눌스님의 수증론(修證論)으로 보면 ‘깨친대로 삶이 일치해야 하는 이치와 현실이 괴리’를 더 실감할 수 있다. 오랜 논쟁거리인 ‘돈오돈수냐 돈오점수냐’에서 점수론의 초석을 새삼 공감하게 된다.
보조스님, 호랑이 눈으로
‘소걸음의 삶’을 산 선사
돈오점수, ‘수증론’서 보면
‘점수론의 초석’ 새삼 공감
“돈오하는 즉시 그 익혀온 기운이 완전히 녹아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지눌은 여러 가지 비유를 들어 돈오와 점수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어린 아기와 어른의 비유다. … 돈오는 아기의 탄생이며, 점수란 그 아기가 어른이 되기까지의 성장이며 개발과정이다. … 깨친 뒤에 닦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깨치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고 말 뿐만이 아니라, 더 큰 위험이 따른다. 즉 조그마한 깨침으로 자신을 속단하고 과대평가하는 병이다. 선가에서 흔히 부처와 조사를 함부로 모독하는 일도 대부분 이러한 병에서 저질러지는 잘못이다.”
송광사 소장 <진심직설>에서 지눌스님은 이런 병은 자신은 물론 남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그럴수록 ‘깨친 다음에 닦는 수행’ 곧, 점수의 재발견을 위한 접근은 ‘깨치기 이전의 닦음’에 대한 재조명부터 요구한다.
“성문은 마음마다 미혹을 끊으려 하지만 그 끊으려는 마음이 바로 도적이다.” 지눌스님은 이런 억지 수행을 ‘돌로 풀을 누르는 것’에 비유했다. 마조도일 스님의 일화도 여기에 가세한다. “부처는 이루어지고 찾아지는 대상이 아니라 이루려고 찾고 있는 마음, 그 자체이다.”

<사진>송광사에 보존된 보조국사 지눌스님의 영정 사진.
화두에선 생각으로 헤아리고 깨달음을 기다리는 것에 부정적이다. “‘죽은 말’이 아니라 ‘산 말(活句)’로 참구해야 화두공부다.” 결과는 어떨까.
“활구로 참구해 순일하게 될 때 업식의 힘이 약해지면서 아무 맛도 못 느끼는 몰자미(沒滋味)의 경지에 나와 화두가 한 덩어리가 되어, 의심의 둑이 터지고 본래면목을 깨치게 된다.”
깨침의 소식을 전한 지눌스님의 화두선에선 의외로 돈오돈수의 수행문을 볼 수 있다. “관행으로 세상에서 뛰어나려 하는 이는 선문의 활구를 참구하여 빨리 보리를 증득하면 매우 다행이다.” 이런 돈오돈수로 회구하는 것일까.
‘선’과 ‘교’의 극심한 대립
종파주의 빠진 고려 불교
선정과 지혜를 함께 닦는
‘정혜결사’ 운동으로 일관
지눌스님 입적 후 간행된 <간화결의론>에서 그 결론이 나온다. 지눌스님이 조계산 수선사에서 120일 동안 <대혜어록>을 강설한 이후 혜심스님이 간행한 <간화결의론>은 수선사에서 간화선 실천의 원류를 이뤄왔다.
‘진정한 깨달은 바가 없으면 반드시 그 행과 이해가 일치하지 않아서 아직 생사의 세계에서 자유를 얻지 못할 것이다.’
이를 저자는 이렇게 푼다. “진실한 말씀을 통해 마음이 부처임을 깨닫고 화두 참구를 통해 알음알이를 털어버릴 때 큰 자유를 얻을 수 있다 … 한 마디 말끝에 바로 깨칠 수 있다면 구태여 돌아갈 필요가 없다. 그러나 경절의 길을 가더라도 오랫동안 화두를 참구해야 될 근기의 사람이라면 먼저 진실한 말씀으로 마음의 실상을 확신하고 공부를 해 나가야 한다. … 화두를 성정적적하게 드는 그 자체가 다름 아닌 선정과 지혜를 닦는 것이기 때문이다.”
<토마스 머튼과 보조 지눌사상 비교연구>로 미국 뉴욕대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저자는 전북대 철학과 명예교수이다. 저자는 지눌스님이 “호랑이 눈을 갖고 소걸음의 삶을 살았다”고 평가했다. 선과 교의 극심한 대립과 종파주의에 빠진 고려시대 불교를, 선정과 지혜를 함께 닦는 정혜결사의 새 불교운동으로 일관해낸 삶이었다는 것이다. <목우자 지눌 연구> <부처님 생애> <근본불교> <불교와 기독교> <티벳, 나의 조국이여> 등 저서가 있다.
김종찬 기자 kimjc00@ibulgyo.com
[불교신문 2630호/ 6월12일자] - <펌> -
글쓴이 : 불교신문
작성일 : 2010-06-13 오후 3:08:43
“돈오는 아기의 탄생, 점수란 성장·개발과정”
보조국사 지눌의 생애와 사상
강건기 지음/ 불일출판사
“점수(漸修)란, 비록 본래의 성품이 부처와 다름이 없음을 깨달았으나 오랫동안 익혀온 습기(習氣)를 갑자기 없애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깨달음에 의지하여 닦아 점차로 익히어 공이 이루어지고 오래오래 성인의 태를 길러서 성인이 되기 때문에 점수라고 한다.”
돈오점수를 지눌스님의 수증론(修證論)으로 보면 ‘깨친대로 삶이 일치해야 하는 이치와 현실이 괴리’를 더 실감할 수 있다. 오랜 논쟁거리인 ‘돈오돈수냐 돈오점수냐’에서 점수론의 초석을 새삼 공감하게 된다.
보조스님, 호랑이 눈으로
‘소걸음의 삶’을 산 선사
돈오점수, ‘수증론’서 보면
‘점수론의 초석’ 새삼 공감
“돈오하는 즉시 그 익혀온 기운이 완전히 녹아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지눌은 여러 가지 비유를 들어 돈오와 점수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어린 아기와 어른의 비유다. … 돈오는 아기의 탄생이며, 점수란 그 아기가 어른이 되기까지의 성장이며 개발과정이다. … 깨친 뒤에 닦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깨치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고 말 뿐만이 아니라, 더 큰 위험이 따른다. 즉 조그마한 깨침으로 자신을 속단하고 과대평가하는 병이다. 선가에서 흔히 부처와 조사를 함부로 모독하는 일도 대부분 이러한 병에서 저질러지는 잘못이다.”
송광사 소장 <진심직설>에서 지눌스님은 이런 병은 자신은 물론 남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그럴수록 ‘깨친 다음에 닦는 수행’ 곧, 점수의 재발견을 위한 접근은 ‘깨치기 이전의 닦음’에 대한 재조명부터 요구한다.
“성문은 마음마다 미혹을 끊으려 하지만 그 끊으려는 마음이 바로 도적이다.” 지눌스님은 이런 억지 수행을 ‘돌로 풀을 누르는 것’에 비유했다. 마조도일 스님의 일화도 여기에 가세한다. “부처는 이루어지고 찾아지는 대상이 아니라 이루려고 찾고 있는 마음, 그 자체이다.”
<사진>송광사에 보존된 보조국사 지눌스님의 영정 사진.
화두에선 생각으로 헤아리고 깨달음을 기다리는 것에 부정적이다. “‘죽은 말’이 아니라 ‘산 말(活句)’로 참구해야 화두공부다.” 결과는 어떨까.
“활구로 참구해 순일하게 될 때 업식의 힘이 약해지면서 아무 맛도 못 느끼는 몰자미(沒滋味)의 경지에 나와 화두가 한 덩어리가 되어, 의심의 둑이 터지고 본래면목을 깨치게 된다.”
깨침의 소식을 전한 지눌스님의 화두선에선 의외로 돈오돈수의 수행문을 볼 수 있다. “관행으로 세상에서 뛰어나려 하는 이는 선문의 활구를 참구하여 빨리 보리를 증득하면 매우 다행이다.” 이런 돈오돈수로 회구하는 것일까.
‘선’과 ‘교’의 극심한 대립
종파주의 빠진 고려 불교
선정과 지혜를 함께 닦는
‘정혜결사’ 운동으로 일관
지눌스님 입적 후 간행된 <간화결의론>에서 그 결론이 나온다. 지눌스님이 조계산 수선사에서 120일 동안 <대혜어록>을 강설한 이후 혜심스님이 간행한 <간화결의론>은 수선사에서 간화선 실천의 원류를 이뤄왔다.
‘진정한 깨달은 바가 없으면 반드시 그 행과 이해가 일치하지 않아서 아직 생사의 세계에서 자유를 얻지 못할 것이다.’
이를 저자는 이렇게 푼다. “진실한 말씀을 통해 마음이 부처임을 깨닫고 화두 참구를 통해 알음알이를 털어버릴 때 큰 자유를 얻을 수 있다 … 한 마디 말끝에 바로 깨칠 수 있다면 구태여 돌아갈 필요가 없다. 그러나 경절의 길을 가더라도 오랫동안 화두를 참구해야 될 근기의 사람이라면 먼저 진실한 말씀으로 마음의 실상을 확신하고 공부를 해 나가야 한다. … 화두를 성정적적하게 드는 그 자체가 다름 아닌 선정과 지혜를 닦는 것이기 때문이다.”
<토마스 머튼과 보조 지눌사상 비교연구>로 미국 뉴욕대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저자는 전북대 철학과 명예교수이다. 저자는 지눌스님이 “호랑이 눈을 갖고 소걸음의 삶을 살았다”고 평가했다. 선과 교의 극심한 대립과 종파주의에 빠진 고려시대 불교를, 선정과 지혜를 함께 닦는 정혜결사의 새 불교운동으로 일관해낸 삶이었다는 것이다. <목우자 지눌 연구> <부처님 생애> <근본불교> <불교와 기독교> <티벳, 나의 조국이여> 등 저서가 있다.
김종찬 기자 kimjc00@ibulgyo.com
[불교신문 2630호/ 6월12일자] - <펌> -